경제 기초

[경제 기초] 통화량과 통화승수, 지급준비율

투자하는 엔지니어 2022. 10. 3. 12:54

가끔씩 뉴스를 보면 지급준비율이니 뭐니, 통화량 어쩌구 하는 말이 나온다.

 

지급준비율이 뭐고, 통화량이 뭘까??

 

그것을 알려면 통화(화폐)가 무엇인지를 알아야한다. 아래 통화의 개념을 나타낸 그림이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보자.

 

 

1. 본원통화(M0)

 

지난 포스팅에서 중앙은행은 화폐를 찍어낸다고 말했다. 디레버리징 시기에 신용이 감소한 만큼 화폐를 찍어내 소비를 일으켜 경기를 부양한다고 했었다.

"본원통화"란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화폐이고, 미국의 경우엔 연준에서 발행한 화폐가 바로 본원통화이다.

중앙은행은 화폐를 현금과 예금의 형태로 발행한다.

 

US M0 Supply. 출처. https://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money-supply-m0

위 차트는 미국에서 발행한 지난 10년간의 본원통화(M0)량을 나타낸다.

최근엔 양적긴축을 통해 통화량을 줄이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이 본원통화는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해를 돕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1억원을 발행하고, 이것을 A은행에 모두 주었다고 가정해보자.

 

A은행이 갖고있는 1억원을 "지급준비금"이라고 한다.

A은행은 이 1억원을 갖고 예금을 하거나, 혹은 대출을 통해 투자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은행들은 지급준비금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하여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지급준비율"이다.

 

지급준비율이 10%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A은행은 1천만원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하고, 남은 9천만원을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이 9천만원을 a라는 사람에게 모두 대출해주었는데, a는 B은행에 모두 예금을 하였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B은행은 이 9천만원의 10%인 900만원은 중앙은행에 맡겨야하고, 나머지 8100만원을 활용할 수 있다.

그렇게 b에게 8100만원을 빌려줬고, b는 C은행에 맡기고 C은행은 810만원을 중앙은행에 예치한 후, c에게 7290만원을 빌려주는 것을 계속 반복한다.

 

이렇게 중앙은행에 예치한 금액이 1억원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하면, 결국 시중에 발생한 신용(a, b, c 등에게 빌려준 대출금)은 얼마나 될까?

 

법정 지급준비율이 10%라고 했다. 그럼 시중에 돌아다니는 총 신용량은

총 통화량(신용) = 본원통화 X 지급준비율 역수 = 1억원 X (100/10) = 10억원

즉, 지준율이 5%가 된다면, 총 통화량은 20억이 될 것이고, 지준율 20%에 본원통화를 3억원 발행했다면 총 통화량은 15억이 될 것이다.

 

2. 통화승수

 

위 예시에서는 사람들이 소유한 돈을 모두 은행에 예치한다는 가정을 했다.

그런 가정하에 본원통화의 10배가 총 통화량이 되었다.

 

통화승수는 그 10배라는 숫자를 일컫는다. 따라서, 본원통화와 총 통화량 사이의 배수를 통화승수라고 말하는 것이다.

통화승수 = 총 통화량(신용)/본원통화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은행에 예금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현실적인 통화승수를 구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시중의 총 통화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생각해보자.

-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요소
1) 본원 통화량
2) 지급준비율

- 민간이 결정하는 요소
1) 초과지급준비금: 법적인 지급준비금을 초과해서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금액
2) 일반가계의 현금과 예금 보유량

위와 같이 크게 4가지 요소가 있다.

 

이 요소들을 반영해 실질적인 통화승수를 구해보면,

 

cr(현금통화비율): 실제 가계의 현금과 예금의 비율을 말한다. 현금/예금으로 도출된다.
rr(실제지급준비율): 은행이 실질적으로 중앙은행에 예금한 금액을 말한다. (법정지급준비금+초과지급준비금)/예금 으로 계산.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총 통화량은 어떨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의 본원통화 평균잔액은 239.4조원으로 전년대비 16.3% 증가하였다.

Lf는 금융기관의 유동성까지 포함한 통화량으로 21년 4733.2조원이 된다.

M1, M2, Lf에 대한 설명은 맨위의 그림을 참조하자.

 

M1, M2, Lf 등 각 통화량에 대한 통화승수도 그래프로 나타낸다.

 

투자를 할 때, 통화승수를 눈여겨봐야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실제 본원통화 대비 얼마나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려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유동성을 확인하기 좋은 지표이다.

 

한국의 통화승수는 2008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급감하여 2020년에는 24.5를 찍었다.

이는, 자산가치가 상승하며 많은 사람들이 돈을 예금하거나 주식, 부동산 등으로 묶어두어 경제가 활발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본원통화의 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신용창출을 통해 소비를 늘려야하지만, 오히려 자산으로 묶어두고 있기에 자산가격만 상승하고 소비는 줄고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통화승수가 10에 가까운 매우 낮은 수치이다.

 

이는 각 국가별 지급준비율 등이나 현금보유성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며, 따라서 절대적인 수치를 비교하기 보다는 통화승수의 추세를 판단하는 것이 현황 파악에 주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3. 통화승수가 낮아지는 이유?

 

미국 M2 통화의 유통속도. 출처.FRED

 

통화승수가 낮으면 시중에 화폐가 잘 돌지 않는다. 화폐를 혈액이라고 생각하면, 통화승수가 낮은 것은 혈관이 막혀서 피가 잘 돌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즉, 소비가 잘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주요 선진국은 왜 통화승수가 낮으며, 한국 역시 2010년대에 들어서 통화승수가 왜 낮아졌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미국의 경우를 통해 3가지 요인을 알아보겠다.

 

1) 현금통화비율(cr) 상승 - 유동성 함정

 

통화는 소비를 함으로써 시장에 돌아다닌다. 하지만 지나치게 통화가 풀리게 되면 오히려 유동성이 감소하게 된다!

 

경제학에는 유동성 함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기준금리가 0에 가까워질수록 민간의 화폐성향이 무한대로 커진다는 이론인데,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해 풀린 막대한 현금이 마땅히 소비할 곳이 없고 투자할 곳이 없어 그냥 현금 형태로 남아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가계의 현금성 자산을 보면 2020년 이후 가파르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코로나 때 풀린 현금성 자산이 그대로 현금형태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미국 M2통화 유통속도 그래프를 보더라도 2020년 코로나 이후, 속도가 확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다.

 

2) 빈부격차 - 한계소비성향

 

현금성 자산은 주로 부를 많이 가진 계층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한계소비성향이라는 것이 있다.

 

즉, 한달에 1억버는 A가 돈을 많이 써서 2천만원을 썼다고 해보자. 그럼 A의 소비성향은 0.2이다.

하지만 한달에 100만원 버는 B가 90만원을 소비했다고 하면 B의 소비성향은 0.9가 된다.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소비성향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커지면 한계소비성향은 낮아진다.

경제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성향은 낮아지게 되고 이는 총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통화승수가 낮아지게 된다.

 

4. 통화승수가 낮으면 발생하는 일

 

통화승수가 낮다는 말은 본원통화가 총 통화량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매우 커진다는 것이다.

 

통화승수가 높다면 본원통화를 조절하더라도 총 통화량에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통화승수가 낮다면 본원통화를 조절하는 만큼 총 통화량에 즉각적으로 변화가 발생한다.

 

코로나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미국 연준은 막대한 본원통화량을 찍어냈고 이는 즉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만약 통화승수가 높았다면, 사라진 신용을 대처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총 통화량에 큰 변화가 없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막기위해 본원통화량을 줄여나간다면 즉각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기도 쉽다는 의미이다.

 

현재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양적긴축을 하고 있으며, 가파르게 자산시장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즉, 낮아진 통화승수로 인해 연준의 정책에 따라 자산시장의 가격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5. 통화승수가 낮은 현재, 투자자는 어떤 포지션을 취하면 될까?

1) 경기 사이클이 짧아진다.

 

통화승수가 낮다는 말은 곧 연준의 영향이 즉각적으로 자산시장에 반영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따라서, 경기사이클이 그만큼 짧아진다.

 

통화승수가 큰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인하 정책에도 통화량에 큰 변화가 없기에 경기사이클도 서서히 변화한다.

하지만, 현재는 본원통화량의 변화가 즉각적인 총 통화량의 변화로 이어지기에 경기사이클 역시 급변하게 된다.

 

2) 지속적인 소비 증가가 어려워진다.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소비성향은 계속해서 낮을 것이고, 소비가 증가하지 않아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3) 연준의 영향이 자산시장에 커진다.

 

통화승수가 낮고, 소비가 커지지 않으면서 경기침체가 오면, 연준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총 통화량을 늘려야하며

결국 본원통화를 늘릴 수 밖에 없다.

이는 자산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어 자산 규모의 증가로 반영될 것이다.

 

즉,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낼 수 밖에 없으며, 통화승수가 낮은 만큼 양적완화의 효과는 자산시장에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결론:

통화승수가 낮은 지금, 본원통화량을 낮출 때는 최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하며, 본원통화량을 늘릴 때에는 최대한 자산시장에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준의 영향이 곧바로 자산에 반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