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거시경제학에서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은 거시적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적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전통적 통화정책과 비전통적 통화정책, 그리고 재정정책은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각 정책은 상호작용을 통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본 글에서는 각 정책의 이론적 근거와 실제 도구들의 작동 메커니즘을 작성해보았습니다.
1.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통적 접근과 비전통적 접근의 비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경제 내 유동성을 조절하여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금리 조정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통화정책과, 금융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활용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나뉩니다.
1.1 전통적 통화정책: 가격 메커니즘을 통한 조절
전통적 통화정책은 시장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 활동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주요 정책 도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준금리(base rate) 조정: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은행의 대출 비용이 변하고, 이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금리를 인하하면 유동성이 증가하여 경제 활동이 활성화되며, 금리를 인상하면 유동성이 축소되어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 참고로, 국가별 기준금리의 정의는 모두 다릅니다. 미국은 1일물 연방기금금리를 기준으로 하고, 우리나라는 7일물 RP매각 시 고정입찰금리를 기준으로 합니다. 일본은 24시간 콜금리를 기준으로 하며, 유럽/중국은 특이하게 재할인율을 기준금리로 지정하였습니다.
- 연방기금금리: 미국에서 금융기관이 다른 금융기관에 '지급준비금'을 대출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을 말합니다. 은행간 지급준비금 거래 시, 미국에서는 1일 대출금리를 FED에서 지정함으로써 다른 거래 금리를 조정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기준금리를 특정 금리를 타겟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닌 범위(range)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초단기 시장금리를 전체적으로 통제하기 위함인데요.
"실효연방시장금리(EFFR)"이라는 초단기 자금이 거래되는 시장의 금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콜금리라고도 부르는데, 주로 은행 거래 부서간에 급하게 전화(call)로 거래를 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초단기 시장은 여러 상업은행들이 각자 "하루만 돈 빌려주세요 이자 2%!" 이런 식으로 흥정하면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가격이 형성되다보니, 신용이 다소 떨어지는 중소은행의 경우 높은 금리를 내야하기도 하고 금융환경이 불안한 경우 돈을 빌려주지 않아서 파산해버린다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금리를 통제하기 위해 법정 기준금리를 정하고 역레포금리(ON RRP)와 지급준비금리(IORB)를 도입하여, EFFR을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설명하겠습니다.
- 지급준비율 조정: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이 보유해야 하는 지급준비율을 변경함으로써 대출 가능 자금을 조정합니다. 지급준비율이 높아지면 대출 여력이 감소하여 경제가 둔화될 수 있으며, 낮아지면 대출이 증가하여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 다만, 미국은 법정지급준비율을 0%로 두고 있습니다. 즉, 법적으로 상업은행이 지급준비금을 연준계좌에 예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미국은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관하기 위해 이렇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대신,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를 줌으로써, 상업은행이 FED 계좌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해당 금리를 '지급준비금리(IORB)'라 합니다.
- 다만, 미국은 법정지급준비율을 0%로 두고 있습니다. 즉, 법적으로 상업은행이 지급준비금을 연준계좌에 예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미국은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관하기 위해 이렇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 재할인율 조정: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변경하여 단기 자금 조달 비용을 조절합니다. 다만, ‘재할인 창구(discount window)’를 통한 대출은 해당 금융기관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위험이 있어, 금융기관들이 이를 기피하는 ‘낙인 효과(stigma effect)’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재할인 창구의 실제 사용률은 낮으며, 이를 대체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다른 유동성 공급 수단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공개시장조작(OMO):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내에서 국채 및 기타 단기 금융상품을 매매하여 시장 금리를 조정합니다. 공개시장조작의 주요 형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국채 매입 및 매도: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유동성이 증가하고 금리가 하락하며, 반대로 국채를 매도하면 유동성이 축소되고 금리가 상승합니다.
- 레포(Repo) 및 역레포(Reverse Repo) 거래: 중앙은행이 금융기관과 담보 채권을 이용한 단기 유동성 거래를 수행하여 단기 시장금리를 조정합니다.
-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중앙은행이 단기 국채를 매도하고 장기 국채를 매입하여 장기 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장기 국채를 매도하고 단기 국채를 매입하면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효과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연준의 금리조정 방식
연준은 IORB와 ON RRP를 활용하여 실효금리가 목표 범위 내에서 형성되도록 관리합니다.
지급준비금리(IORB, Interest on Reserve Balances)
- 연준이 상업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
- 기준금리 목표 범위의 상단에 위치하여, 은행들이 EFFR이 IORB보다 낮다면 대출 대신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도록 유도.
- 이를 통해 EFFR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 수행.
역레포 금리(ON RRP, Overnight Reverse Repo Rate)
- 연준이 비은행 금융기관(머니마켓펀드, 정부기관 등)에 하루짜리 역레포 거래를 제공하며 적용하는 금리.
- 기준금리 목표 범위의 하단에 위치하여, 금융기관들이 ON RRP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운용하지 않도록 유도.
- 이를 통해 EFFR이 목표 범위보다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 수행.
금리 통제 메커니즘
- IORB가 기준금리 상한 역할 → EFFR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억제.
- ON RRP가 기준금리 하한 역할 → EFFR이 목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
- EFFR은 두 금리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결정됨.
예를 들어,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5.50%**로 설정할 경우:
- IORB = 5.40% (상단 근처)
- ON RRP = 5.30% (하단 근처)
- EFFR = 5.33~5.37% 수준에서 형성
이러한 방식으로 연준은 시장 금리를 직접 통제하지 않고도 유동성 조절과 금리 조정을 통해 실효금리를 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할 수 있습니다.
1.2 비전통적 통화정책: 극단적 경기 상황에서의 개입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전통적 금리 조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중앙은행이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을 조절하는 정책입니다. 주요 정책 도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양적완화(QE):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 및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대규모로 매입하여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정책입니다. 이는 신용 경색을 완화하고 장기 금리를 낮추어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 양적긴축(QT): QE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여 시장에서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책입니다. 이는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하는 데 활용됩니다.
- 일드커브 컨트롤(YCC): 특정 만기의 국채 금리를 목표로 설정하고, 해당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 또는 매도하여 금리 곡선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예시로 일본은행(BOJ)은 2016년부터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YCC를 도입했으며,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거나 매도하여 목표 금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였습니다. 이 정책은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2023년 연준이 도입한 BTFP는 금융기관이 일정한 담보를 제공하면 1년 만기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금융 시스템 내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기존 재할인 창구의 ‘낙인 효과’를 줄이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2. 재정정책: 정부의 거시경제 조절 메커니즘
재정정책은 정부가 지출과 세금 정책을 통해 경제를 조절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병행하여 활용되며, 경기 변동을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요 정책 도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정부 지출 확대: 인프라 투자, 복지 정책, 공공 프로젝트 등을 통해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촉진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 침체 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경제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 정부 지출 축소: 경기 과열을 방지하고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공부문 지출을 삭감하는 정책입니다. 과도한 재정적자나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될 수 있습니다.
- 조세 정책:
- 세금 감면: 기업과 가계의 세 부담을 줄여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합니다.
- 세금 인상: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세율을 조정합니다.
- 국채 발행: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재정 적자를 보전하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실행하는 방식입니다.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주로 정부 지출 확대에 사용됩니다.
재정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 또는 억제를 목표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 부채와 재정 건전성 유지가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경기 상황에 맞춰 최적의 정책 조합을 선택해야 합니다.
3.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상호작용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정책 조합(policy mix)에 따라 경제적 효과가 달라집니다. 최적의 정책 조합은 경제 환경과 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3.1 확장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
이 조합은 경제 부양을 목표로 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감면하여 소비와 투자를 촉진합니다. 이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자주 활용되는 정책 조합입니다.
예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QE)를 시행했으며, 미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 지출(예: TARP 프로그램, 경기부양 패키지)을 통해 경기 회복을 지원했습니다.
3.2 긴축적 통화정책과 긴축적 재정정책
이 조합은 물가 안정과 국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경제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통화 공급을 줄이는 동시에, 정부가 지출을 삭감하거나 세금을 인상하여 재정 균형을 맞춥니다. 다만, 이 조합은 경기 둔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예시: 1990년대 유럽의 재정 위기 상황에서 일부 국가들은 긴축적 통화정책(금리 인상)과 긴축적 재정정책(정부 지출 삭감, 조세 인상)을 동시에 시행하였으며, 그 결과 경기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경험했습니다.
3.3 확장적 통화정책과 긴축적 재정정책
이 조합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반면, 정부가 재정 긴축을 유지하여 부채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는 경기 회복을 지원하면서도 정부 부채를 억제하는 균형적 접근법이지만, 민간 소비와 투자가 충분히 증가하지 않는다면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예시: 일본은 2010년대 초반 아베노믹스를 통해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 정책(YCC 및 QE)과 정부의 재정 개혁을 병행하는 접근법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재정 긴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둔화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3.4 긴축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
이 조합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한편,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이는 정부 지출 증가로 인해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금리 상승이 더욱 가속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민간 부문의 차입 비용 증가로 인해 경제 성장 효과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예시: 1980년대 초 미국에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동시에, 레이건 행정부는 감세와 군비 지출 증가를 통해 경제 부양을 시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또한, 2022년부터 진행된 통화정책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이었으나, 미 재무부의 역레포 잔고 및 TGA잔고 활용을 통한 대규모 경제 부양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2년 금리인상 초기에는 주가가 하락하였으나 이내 상승 전환하였으며, 이로인해 금리 상승이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발행된 대규모 단기국채로 인해 재정적자가 확대되었으며, 이로 인한 크라우딩 아웃 효과로 경제 성장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로써는 AI를 기반으로 한 4차산업혁명에 대한 기대로 생산성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GDP 성장에 따라 1980년대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결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개별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조합에 따라 경제적 효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확장적 정책 조합은 경기 침체 시 유용하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이 따를 수 있으며, 긴축적 정책 조합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긴축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의 유사 사례인 1980년대 사례와 이번 금리싸이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당시 금리인하 후 주가 흐름을 바탕으로 현재 금리인하 후 주가 흐름이 어떻게 될 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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