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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과 경제의 유사성

투자하는 엔지니어 2024. 8. 4. 16:25

안녕하세요.

오늘은 경제학의 한 분야인 "복잡계 경제학(Complexity Econmics)"를 알게 되어 제가 몸 담고 있는 공학 분야와 참 닮아있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복잡계 경제학은 전통적인 경제학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경제 시스템을 복잡하고 동적인 네트워크로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이 분야는 복잡계 이론과 비선형 동역학, 네트워크 이론, "자기조직화" 등을 기반으로 경제현상을 분석합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개발하고 있는 모터도 여러 분야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모터는 그냥 전기과 나와서 전기기기 과목 배우면 되는거 아냐? 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만.

실무에서 설계를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현상을 접하게 되고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곤 합니다. (그렇다해도 아직 경험이 적어 더 많은 현상을 겪고 공부를 이어가야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적인 성능에 대한 관점은 당연히 전기공학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며, 결국 토크와 속도를 만들어내는 기계이며 이를 구현해야하니 기계공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그 전에 재질을 선정하면서 재료공학과 화학공학에 대한 이해를 요구받으며, 이를 실제 구현하면서 온/습도 관리나 제조산포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집니다.

문제는 이 모든게 um~mm단위로 이루어지다보니 아주 세밀하게 관리를 해야한다는거죠..

그나마 이건 단순 현상유지선입니다.. 개발을 위해서는 성능개선/원가절감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야하고 그러다보면 결국 자연과학/수학적인 접근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인데, 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것들은 다른 현상들은 전부 배제하고 한가지 관점에 대해서만 현상을 분석했었습니다. 개발을 위해 자연과학/수학적인 접근도 그렇게 시작을 합니다.

그런데 실제 모터에 접목을 해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나타납니다.

날씨가 습해서 제조 과정에서 녹발생이 시작했다던가.. 해외에서 수입해온 재료가 적도지방을 거쳐서 선적을 통해 들어오는데 뜨거운 열기로 인해서 물성이 변했는데 그게 마침 육안으로는 판별이 안된다던가 등등..

어찌저찌 개발을 다 해도 막상 모터에 탑재하고 나니까 모터 구동 시 발생하는 진동이 제품에 영향을 미친다던가 내부 온도 변화에 따른 저항 변화가 임피던스 매칭에 영향을 미쳐 속도리플로 발생한다던가 등등...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그나마 진동, 온도 등은 미리 다 고려하며 개발해서 괜찮은데 시간도 하나의 조건으로 작동합니다.

몇초간 몇 볼트까진 괜찮은데 그 이상은 절연파괴가 되버린다던가 등등..

 

아무튼 정리하자면, 이 모든건 결국 주위의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각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고 이 모든게 합쳐졌을 때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학에도 이것과 같은 개념이 있다는 것이죠. 그게 "복잡계 경제학"입니다.

엄청 흥미롭습니다 ㅎㅎ

 

제 블로그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트리거"라고 종종 표현했는데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작은 사건 하나가 발생하면 그게 원인이 되서 경기침체가 오게 될 것 같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트리거"는 뭐가 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구..

 

아 참, 또 하나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설계를 할 때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기준이 되는 과거 자료를 기반으로 두고, 기본적인 공식(?) 기본 이론(?)을 바탕으로 큰 틀을 만들고 시작합니다. 그리고나서 여러 시험과 해석을 하면서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지점을 "땜빵"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실제로 제작에 들어가면서도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구요.

결국 "트리거"를 없애는게 개발의 주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경제학과 물리학에서는 "임계상태"라고 한대요. 

그래서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는 "임계상태"가 될만한 지점을 경험을 통해 해보지 않고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 경험이 더더더더 많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이런 복잡계가 경제학에도 통용될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관점이 있다고 하네요ㅎㅎ

경제학과 공학이 유사하다는 가정하에, 얼마 되지 않지만 제 짧은 경험에 비춰 엔지니어로서 현재 경제상황을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 저는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원인이 될만한걸 쭉 나열해놓습니다. 그리고 각 요소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시나리오를 써봅니다. 그리고 그 모든걸 종합해서 현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는 상황을 추출합니다. 그리고 그 요소를 없애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고 원인이 될만한걸 쭉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메인요소: 긴축적인 경제 환경(고금리)

- 2차요소 ① 재무부에서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 → 국가부채

- 2차요소 ② 카드빚으로 유지하던 소비조차 멈춰가는 소비시장 → 국민부채

- 2차요소 ③ 디폴트 발생 시 완충역할을 해줄 수 있는 역레포 잔고가 사라진 현 상황 (채권발행으로 다 씀..)

- 2차요소 ④ 엔화 금리 상승으로 인해 줄어들 일만 남은 엔캐리 자금 → 메말라가는 유동성 환경

- 2차요소 ⑤ 특정 섹터에만 몰려있는 금융환경 → 버블 형성

- 2차요소 ⑥ 오랜 기간 회복되지 않은 상업용 부동산 위기

- 3차요소 ① 심각한 유럽의 경제상황 → 독일 GDP 역성장..

- 3차요소 ② 늘어나는 미국의 이민자 수 ← 긴축환경에서 양질의 일자리 수가 줄어듬에도 통계왜곡을 일으킬 가능성 ↑

- 3차요소 ③ 금리인하로 인해 줄어드는 베이시스 트레이딩 자금

- 3차요소 ④ 유럽/중국이 먼저 금리인하를 해버린 현 상황 → 달러강세는 미국 내 물가 안정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타 국가의 자본유출로 인한 외환위기를 생각할 수 있다.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 유럽 디폴트 사태 등)

- 3차요소 ⑤ 미중 무역갈등 및 중동전쟁, 러우전쟁 등 각종 인플레이션 및 무역차질 요소

- 3차요소 ⑥ 늘어나고 있는 실업률 ← 실업률은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자체로 제약적인 소비환경을 이끄는 원인으로 볼 수도 있을듯합니다

- 3차요소 ⑦ 공화당/민주당 간의 정치경쟁으로 인한 포퓰리즘 정책 → 정부지출로 인한 GDP성장도 더이상 없는 상황에서 단순 표심을 위한 정책만 남발 중인 상황. → 이제부터 채권 발행 시 민간 자본을 흡수하는 역할만 함..(크라우딩 아웃 효과)

- 3차요소 ⑧ 기 남발한 국가투자로 인해 쌓여버린 역대급 재고와 줄어든 가계소비 → 24년 3분기 제조계획 급감

 

꽤 많은 요소가 있네요.. 문제는 글로벌 시대에 긴말한 네트워크로 인해 높아진 관계성으로 인해 그 여파가 크게 퍼진다는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복잡한 시스템은 어떻게 분석해야할까요?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2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할 듯합니다.

첫번째로 시스템의 특징에 대해 파악해두어야합니다.

이렇게나 복잡한 시스템도 결국 하나의 큰 흐름은 있습니다. 모터로 치면.. 정격전압, 공진주파수, 정격임피던스, 극수, 절연파괴전압, 내열성 등등.. 거시경제 관점에서 경제의 큰 흐름을 봐둘 필요가 있다는겁니다.

두번째로는 이러한 복잡계 시스템에 하나의 트리거가 들어갔을 때 어떤 영향이 발생할 지 알고 있어야한다는 겁니다.

"나비효과"라고 하죠? 시스템은 초기조건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현재의 시스템 상황에서 어떤 트리거가 발생했는지를 잘 살펴봐야한다는거죠. 근데 제일 무서운건 공진입니다. 시스템이라는건 필히 공진주파수라는게 있습니다.

경제학에도 통용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트리거가 하필 공진점(취약점)을 건들였다면 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진이라는건 사실 때려막는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그저 공진주파수가 바뀔 뿐 사라지진 않아요.

 

현재 FED에서 2019년 레포발작, 2008년 금융위기 등등을 겪으면서 여러 체계를 마련해두면서 공진점을 바꾸는 작업을 한거같긴한데, "부의 쏠림"이라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뭐든지 약한 부분에서 먼저 무너지기 마련인데, FED에서 마련한 대책들은 전부 블랙록, JP모건 등 대형 IB들이 혜택을 받은 것 같아요. 실제로 SVB사태도 작은 은행에서 발생한거구요. 대형은행들은 위에 나열한 요소들에 대해 영향이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약 4000개의 은행이 있습니다. 대형은행은 10여개구요.

 

모터 하우징의 작은 씰링 하나 문제가 되면 내부 오일 문제로 인한 발열 등으로 다른 강건한 부품도 문제가 생깁니다.

(과온으로 인한 절연파괴나 습기누출로 인한 부식 발생 등)

현재 미국 경제상황은 문제가 터지기 쉬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터지진 않았습니다.

"트리거"가 잘 관리되어 취약점을 건들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게 트리거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트리거가 발생하기 전에 긴축적인 환경에서 완화적인 환경으로 되돌리는게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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